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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앨범에 오열, 더위에 복구는 주춤…산청은 '망연자실'

  • 2025-07-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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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읍 부리마을 사망자 10명 중 3명 가장 많아
복구 작업 A씨 조카 사망에 황망…"세상 야속해"
마을 전체가 참혹…산사태로 민둥산으로 변해
일부 집은 형체 구분 안 될 만큼 산산조각
흙냄새, 축사 냄새, 물냄새 등 섞여 불쾌
복구 작업은 무더위에 주춤…"빠른 복구를"

21일 경남 산청 부리마을. 이형탁 기자21일 경남 산청 부리마을. 이형탁 기자
경남 산청이 큰 슬픔에 잠겼다. 대형 산불에 이어 극한 호우로 인명 피해가 다수 발생해 망연자실한 주민들은 무더위까지 덮쳐 복구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 이번 폭우로 인한 산청 사망자 10명 중 3명(70대 부부·20대 여성)이 나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장소다.

이중 20대 여성 사망자의 가족으로 마을 축사에서 복구 작업을 하던 A(50대)씨는 황망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A씨는 "조카는 밤 늦게까지 일하고 자다가 갑자기 이런 일을 겪게 됐을 것"이라며 "참 누나네 가족이 애지중지 키웠는데 매형도 크게 다치고 세상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이형탁 기자이형탁 기자
부인 B씨는 근처에서 복구 작업을 하던 중 사망한 A씨의 조카 앨범을 찾고는 오열을 했다. 이들 부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사망자의 60대 아버지가 중상으로 치료 중이라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한다고 한다.

산청에서 집계된 중상자 2명 중 1명이 60대 아버지로 보인다. 지난 19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때 산사태에 집과 가게가 무너져 딸과 아버지가 사망 또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바로 옆집에 살던 C(50대)씨는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안타까워했다. C씨는 "'쿵'소리가 나면서 지진이 난 줄 알았는데 나가보니 옆집이 흔적도 없이 무너져 있더라"면서 "그 집에서 아버지가 다치고 딸이 죽었다는데 안타깝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이형탁 기자이형탁 기자
마을 전체는 참혹했다. 산사태가 곳곳에 나있어 마치 머리카락이 바리캉으로 밀린 듯 민둥산으로 변해있었고, 일부 집은 형체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산산조각 났거나 논밭은 토사로 뒤덮여 제 구실을 할 수 없어 보였다.

나흘간 쏟아진 폭우 영향으로 이날까지 여전히 물이 산에서 내려와 이 마을 전체가 계곡인지 침수된 뻘밭인지 정의내리기도 어려웠다. 흙냄새와 물냄새, 축사 냄새, 땀 냄새 등이 섞여 불쾌한 냄새도 계속 났다.

복구 작업은 폭우가 물러가고 다시 찾아온 무더위에 주춤하고 있었다. 포크레인은 산사태가 쓸고 내려온 나무와 바위, 부서진 집 자재, 가전·가구 등을 치우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현장 관리를 하는 경찰들도 중간중간 그늘을 찾아 오두막 등지로 몸을 피했다.
 
부리마을 80대 할머니 휴대전화. 이형탁 기자부리마을 80대 할머니 휴대전화. 이형탁 기자
복구 작업이 여의치 않자 80~90대 어르신들은 부리마을 회관으로 피신했다. 최모(88)씨는 "전기가 안 돼서 핸드폰 충전이 안 되고 전화도 잘 안 터져서 자식들이 연락 때문에 걱정한다"며 "복구 작업이 잘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청에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평균 632mm, 시천면에는 798mm 양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19일 산청에 전 군민 대피령(3만3천여명)이 내려져 1817명이 대피했는데 이중 귀가는 1300명, 미귀가는 517명으로 집계됐다.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실종 4명·중상 2명이며 재산 피해는 도로와 하천, 농경지 등 548건으로 피해액은 135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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